산에게

영축산-신불산-간월산-배내봉

산목련 2007. 4. 10. 20:18

 칭키스칸의 대군들이 말 다리던 몽골의 너른 평원을 그리워

하며 나도 가쁜 숨을 몰아쉰다.

나를 태우고 달리던 몽골의 말들도 이렇게 힘들게 숨이 턱에 닿게 달렷으리라.

구릉이 바로 눈앞에 있어 조금만 달리면 또 다른 초원이 펼쳐질것 같은

호기심에 난 달리는 말에 매달려 채찍을 휘두르고 말의 엉덩이를 함차게

발로 찼으리라.

지금 또 나를 채찍질 한다.

달리자. 저 언덕을 넘으면 또 다른 능선이 또 다른 산봉우리와 산줄기가 펼쳐지리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 자신을 채찍질하며 달린다.

채찍을 휘두른다.나를 태운 말도 이렇게 숨이 차고 힘에 겨웠으리라.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은 나를 몽골에 초원으로 백두산의 천지를 오르던 그때로 데려가 주었다.

 

밤길을 달리는 버스에 몸을 맡기고 세상이 아무리 시끌스러워도 난 오로지 나만의

세계에 빠져 버린다. 날 기다리고 있는 영남의 알프스를 영롱하고 맑은 영혼으로 만나기 위한

나 나름의 준비이다.

어느 해 여름 한 시간의 틈도 햇볕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보름이상 비가 내리던 날에도

난 배낭을 메고 일주일 간의 여행을 떠났었다.

그 곳에 영남 알프스가 있었다.

사자 평원이었다. 끈임없이 내리는 빗속에 일행들은 하나 둘 제자리를 찾아가고 난 이름도 성도

기억에 없는 님과 영남 알프스 사자평원을 걷고 또 걸었었다.안개비 속에 그렇게 너른 억새밭도

상상속에서 그림을 그려야 했던 곳에 다시 나를 데려온 것이다.

시계도 없고 손폰의 밧데리도 다 되어가고 이슬비는 쉬임없이 내리는 가운데 억새는

내 키보다 더 자라 나를 숨겨두고 저 혼자 보기를 고집하던 그 여름

뭇 사내와 단 둘이 걷고 또 걸어서 표충사 계곡에 발을 담갔을 때를 회상하며

저 멀리 눈 앞에 아스라이 보이는 사자평원!!!

그 고지대에 초등학교 분교는 문을 닫고,교사가 하나 밖에 없고 돌탑만이 있었다.

 주인잃은 교사는 유리대신에 비닐로 바람을 막았었는지 그 나마도 전부 찢어져 바람에 날리고 있었던 그 곳에 내 마음이 먼저 그곳에 가 있다.

닭과 오리 개를 키우던 주인네는 어디를 갔는지 물한 모금 축이지 못하고

평상에 앉아 고지대에 자라고 있는 채소와 집짐승들을 바라보면서 다른 나라에 온 듯한

환상을 즐기고 있었던 그 곳이 그리워진다.

 

정말 오랫만에 새벽 미명을 본다는 설레임이 가슴은 두근거리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영축산이

가쁜 숨을 몰아쉬게 하던 것만큼이나  환호성을 자아내게 하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