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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휴가6탄

산목련 2006. 4. 20. 19:07

휴가 나오자 마자 아들녀석이 족욕기가 어떠냐고 묻는다.

"왜 너가 그게 왜 필요한데? "

"무어에 쓸려고 그러는데? "

"...그냥..."

그리고 머리속에서 잊어버렸다.

한 삼일 지나서 외출에서 돌아오면서 경비실에  들러 보란다.

택배가 와 있을 거란다.

경비실엔 아무것도 와 있는 것이 없다.

아들이 군에서 필요한 것을 인터넷으로 무엇을 준비했나 궁금했지만 또 잊어 버렸다.

 

시간이 지나고 아들이 귀대하는 바쁜날

외곽순환도로를 달리면서

"엄마 택배가 올건데 엄마거야"

"뭐 엄마거 뭐를?"

"족욕기 주문했는데.... 엄마 어버이날 같이 있지도 못해서 미리 주문했어요. 어버이날

선물이예요"

멍해진다.

"네가 돈이 어디있다고 그렇게 해....비쌀텐데...."

 

해마다 잊지않고 작은 것이라도 항상 챙겨주던 아들이지만, 나는 아들에게 무엇인가 어린이날

선물 다운 선물한번 못해주고 지나갔는데....

아들한테 받기만 하는 못난 엄마이다.

어려서는 돈이 없다는 핑계로 아니 엄마가 너무 무책임하고, 아니 정말 내가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선물 이라고 해서 꼭 비싼 것만 선물이 아닌데...

왜 나는 그렇게 소극적으로 행동했을까?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들을 좋아한다고 아이들을 오랫동안 가르친 엄마가 왜 그리도

내 아이에게는 무지하게 무식하게 했는지 나 자신이 생각해도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몰상식한 엄마이다.

 

아이가 조금 자라서는 네가 무슨 어린이니?

하면서 의무를 면해 왔는데 아들은 그래도 꼬박꼬박 어버이날, 생일날 다 챙겨서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해 나를 감동시키곤 한다.

지금 달고 다니는 부로찌도 전부 아들이 선물을 한 것 들이다.

난 그것도 부족해 화이트데이인줄 뭔 날에 아들이 선물을 준비하면 내것은 없는가

눈치를 보곤한다.

아들은 그때도 잊지 않고 초코렛을 준비한다.

 

군대가서 백일 휴가 나와서 저 나름대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랴,

엄마 혼자 있는데 불편한것 없나 살피고 인수인계하고, 분리 수거해주고 아침은 꼭 같이

먹고 저녁도 세번이나 같이 먹으려고 애를 써서 같이 시간을 내준 아들이다.

언제 그런 생각을 한 것일까?

하긴 70일 면회 갔을때, 백일 휴가 나가면 할 일이 뭐 있는냐고 물었던 아들이다.

 

아들에게 특별한 음식하나 해 주지 않고 아들이 먹고 싶다는 것사 주는 정도 뿐이었는데....

 

엄마의 몸이 어디 특별하게 아픈것은 아니지만 왠지 아주 건강한 편은 아니라는 생각때문에

걱정이 되어서 일까 아들이 무리해서 족욕기를 사 준것이다.

 

아들만도 못한 엄마는 감격을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경비실에 들리니,아직이란다.

착잡한 마음으로 TV를 보고 있는데, 경비실에서 인터폰이 왔다.

단숨에 달려내려가 가지고 올라온다.

 

항상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귀찮고 번거로울 것 같아서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당장에 설명서를 보고 컴앞에 앉아서 발를 담그고 앉아서 음악을 들으면서

인터넷의 바다에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한 삼십분 정도 있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요 며칠 자고 있어나면 온몸이 두들겨 맞은듯이 무겁고 발바닥이 화끈화끈하고 욱신욱신해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는데 오늘 아침은 몸이 무척 가볍다.

믿기지 않을 정도다.

밤새 비가오고 천둥번개를 울었는데 다른때 같으면 몸이 더 찌뿌둥해야 할 텐데

몸이 가뿐해서 벌떡 일어나서 운동을 간다.

 

아들아 고맙다

네 마음을 헤아려 열심히 게으름 부리지 않고 할께.

그래서 네가 돌아왔을때는 더 건강한 기초체력을 다져서 너에게 좀 더 나은 엄마

동반자가 되도록 친구 같은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께.

아들아 네가 보았듯이 엄마 씩씩하게 잘 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너도 마음도 몸도 더 강한 아들이 되어 돌아오길 또 부탁한다.

 

아들아 엄마는 너를 믿는다.

멋있는 군인으로 멋있는 남자가 되어 돌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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