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들어 간다(2015년)

경희언니 빈소에서

산목련 2015. 3. 21. 13:51

한 십년전에 무슨일이지는 모르지만 잠깐 만났던 기억이 어렴풋합니다.

무슨 애기를 했었는지 왜 만났는진 기억이 없습니다.

3월초에 말기암으로 생사를 오곤 간다는 소릴 듣고 지인을 따라 분당 서울대 병원에 가서 언니를 보았습니다.

지인통해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리를 간간히 듣고는 있었습니다.

 

 

아직 그녀는 이 세상에 온 숙제를 다하지 못한 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둘 있지만 아직 출가를 시키지 못했고, 아들들 둘이 다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고 있기에 병실을 지키는 것은 자매들 간간히 돌보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남들, 그것도 사내들이었습니다.

 

내가 갔을때는 작은 아들이 들어와서 엄마의 병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기억속에 어렴풋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습니다.

내 기억속에 화려했었기에 내가 감히 범접?을 못할 분위기였는데 또한

친정쪽 집안도 살 만큼 산다는 말을 들었기에 더 먼 사람으로 기억되었는데

지금 배가 볼록해서 머리를 밀고 희끗희끗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모습은 민낯의 모습," 천사 그 자체였습니다."

어쩌면 언니 천사같이 예쁜 모습을 화장으로 가렸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말기암 환자가 저리 이쁘고 편안하고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진통제와 음식물을 먹을 수가 없어 호스로 투입을 하고 있는데도 너무 이쁘고 아름다워 자꾸 쳐다보게 되었답니다.

 

 

잠깐 그냥 지인이 가는 병운안 동행이나 해 주자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휠체어에 태워 운동도 시키고...

아뿔싸 무리였나..너무 힘들어 하면서 " 이렇게 갔음 좋겠다"라는 말을 연발하며 자꾸 눈을 감고

기진맥진해 간호사를 불러오고, 식구들에게 연락하고...

조금 기운을 회복하는 것을 보고 오늘 밤을 넘길수 있을까 걱정을 하면서 돌아왔습니다.

 

결국 어제 3월19일 밤 열시에 운명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지인이 같이 갈래 하는 말에 두말 도 않고 따라 나섰습니다.

병원은 안양메트로 운명하고 옮겼답니다.

 

여덟시쯤 친정 형제분들과 아들 친구들이 있었습니다.열시가 다 되어 갈 무렵 친정식구들은

가까운 안양 동생집으로 모두 퇴장했습니다.

아직 장가 안간 아들둘과 한집에서 형제 이상으로 가깝제 지냈던 남자 둘,

그렇게 빈소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빈소에 중년이상의 어른 들은 전혀 없고, 아들친구뻘 되는 사람들만 남았습니다.

열시에 일어나서 오려고 하다가 여자어른도 없고 남자 어른도 없고, 형제같이 지냈던 남자두분도,

 아들도 다 머리올리지 않은 나이만 있지 어른이 안된 총각들만 두고 올 수가 없어서,

지인과 둘이는 결국 상주 가족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상한 예사롭지 않은 풍경이 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살아있을때는 너 없이는 못 사는 그런 형제 자매였다는데 어찌 어린 조카들만 두고 힘들다고

 모두 집으로 갈 수 있는지 그러면서 웬 사일장인지...

아무 피도 안 섞인 두 남자는 한 사년여를 알고 지냈다는데 속이 상해합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난 그것도 이상하지만 이 두 남자와 이 언니와의 관계가 어떤 사이였길래.???

어떻게 이렇게 병중일때도 옆에서 간병인 안 쓰고 지켜주고, 가는 마지막 가는 길도

이리 살뜰하게 살펴 줄 수 있는 것인지 참으로 아이러니 합니다.

가족실에 와서 두분의 남자분들이 언니와 함깨 했던 사진들을 보여 줍니다.

어떻게 보면 연인같고, 어찌 보면 보디가드같고, ???

 

 

그 모습들을 보면서 나도 저리 살아야 겠구나 !!!ㅎㅎㅎ

편견을 가지고 주변에 사람들을 다 몰아낼 것이 아니라 옆에 오는 사람들 밀어내지 말고

끌어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어찌 되었든 색다른 삶의 풍경입니다.

누나 누나 하면서 그리 살뜰이 내 형제 일보다 더 잘 챙기는 모습들...

아직 미혼이 아들들도 외가집 식구엄마의 형제들보다 더 이 분들을 의지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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